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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진주시 동성동에 위치한 남성당한약방의 외관을 담고 있습니다. 김장하 선생님께서 1972년부터 2022년까지 약 50년 동안 이곳에서 한약방을 운영하셨습니다.
1. 이름 없이 빛나는 사람
김장하. 화려한 수식어 하나 없이, 평생을 조용히 살아온 이 사람을 기억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그의 이름을 아는 사람이라면 하나같이 말한다. “진짜 어른이었다”라고.
1929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난 그는, 격동의 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으며도 결코 자신의 이익을 앞세우지 않았다. 평생을 ‘남을 도우며 사는 것이 가장 큰 복’이라 여겼고, 실제로 그렇게 살았다.
고등학교도 채 마치지 못한 채 생계를 위해 일터에 뛰어들어야 했던 그는, 이후 무역업으로 성공을 거뒀지만 단 한 번도 ‘부자’ 소리를 반기지 않았다. 오히려, 번 돈의 대부분을 남몰래 기부하며 살아갔다. 지극히 평범한 듯 보이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선택이었다.
2. 선행은 드러내지 않아도 향기가 난다
김장하 선생님의 기부는 특별했다. 그 누구에게도 생색을 내지 않았고, 심지어 자식들에게조차 그 규모를 말하지 않았다. 어린이재단, 불우이웃, 미혼모, 탈북 청소년…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손길을 내밀었다. 언론에 알려진 것만 해도 평생 기부금이 500억 원을 넘는다.
하지만 그는 살아생전 끝까지 “내 이름을 내세우지 말라”라고 당부했다. “도움을 받는 사람들이 부끄러워하지 않도록 해주라”라고 했다. 김장하의 선행은 그 자체로 ‘부끄러움을 모르는 자선’이었다. 뿌리내린 꽃이 향기를 감추지 못하듯, 그의 선한 영향력도 이내 사람들 사이에서 퍼져 나갔다.
그의 삶은 ‘기부란 나눠서 모자라는 것이 아니라, 나눌수록 풍성해지는 것’ 임을 보여주었다. 그는 말보다 실천으로 세상을 감동시킨 사람이었다.
3. 진짜 어른의 모습이란
사람들은 묻는다. “왜 그토록 많이 베풀며 살았냐”라고. 그럴 때 김장하 선생님은 늘 이렇게 대답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요? 저는 그저 사람답게 살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의 삶에는 ‘자연스러움’이 있었다. 이타심이 의무가 아닌 일상이었고, 겸손은 태도가 아닌 인격 그 자체였다. 누군가는 ‘특별한 삶’이라고 표현하지만, 그는 끝까지 ‘당연한 삶’이라 여겼다.
김장하 선생님의 이야기는 단순히 기부자의 전기가 아니다. 이것은 우리가 잊고 있었던, 그러나 분명히 존재했던 ‘진짜 어른’의 이야기다. 현대 사회가 갈수록 이기적이고 냉소적으로 변해가는 가운데, 그의 삶은 거울처럼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 그의 삶을 닮고 싶은 이들에게
어른 김장하의 삶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지금, 사람답게 살고 있습니까?”
그는 거창한 계획 없이, 대단한 언변 없이도 많은 이의 삶을 바꾸었다. 진심 어린 손길 하나, 묵묵한 나눔 하나가 얼마나 큰 울림이 되는지를 몸소 증명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름 없는 곳에서 조용히 누군가를 돕는 사람들이 있다. 김장하 선생님의 삶을 닮은 이들이다. 그리고 그 대열에 우리도 함께할 수 있다.
작은 것부터 시작해 보자. 누군가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필요한 사람에게 건네는 도시락 하나, 힘들어 보이는 이웃에게 내미는 손길 하나. 그것이 모이면, 우리는 또 다른 김장하가 될 수 있다.
그는 떠났지만, 그의 삶은 여전히 우리 곁에서 속삭인다.
“조용히, 따뜻하게. 그렇게 사람답게 살면 됩니다.”